서 론
벼는 세계적으로 남위 40°에서 북위 50°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된다(Akinbile et al., 2011). 적도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연중 기온이 높기 때문에 벼 재배의 제약이 적은 반면, 위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고 계절에 따른 기온 편차가 크기 때문에 벼 재배기간이 짧아져 불리하다. 이러한 기상 환경적 제약 때문에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인디카보다 저온 적응성이 높은 자포니카 품종이 많이 재배된다. 온대지역은 계절에 따른 기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벼 재배가 가능한 시기가 존재하고, 벼를 재배하는 기간 중에도 생육시기에 따라 기온의 차이가 크다. 기온은 벼 수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우리나라의 진부보다 평균기온이 1~2°C 낮은 중국의 마롱에서 벼 수량은 진부 대비 약 50%까지 감소하며, 이는 등숙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되었다(Kim et al., 2015).
벼의 수량은 출수기까지의 생육에 따라 결정되는 수수와 영화수 그리고 출수 후 기상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등숙비율과 천립중에 의하여 형성되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등숙기간 중 광합성에 의한 종실 내 탄소축적이 출수기까지 식물체 내에 축적되었다가 전류된 탄소보다 영향이 크다(Cock & Yoshida, 1972). 탄수화물 축적에 의해 결정되는 쌀 수량과 품질은 벼 등숙기간 중의 기온과 일조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Yang et al., 2015; Deng et al., 2015). 우리나라 자포니카 벼 품종의 수량 향상을 위한 등숙적온은 평균 22°C로 밝혀져 있다(Kim, 1983). Choi et al. (2011)은 벼 출수 후 30일간 평균 22.2°C에서 식미가 가장 높다고 보고하였는데, 이는 Kim (1983)의 보고와 유사한 온도이다. 최근에는 벼 만기재배에서 정상적인 등숙을 위한 한계온도는 출수 후 40일간 평균 20°C라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Kim et al., 2014). 일본에서 보고된 등숙적온은(Tanaka, 1950) 우리나라의 연구보고와 비슷한 반면,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재배되는 자포니카 벼 품종의 등숙적온은 22~27°C로(Deng et al., 2015)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같은 자포니카 품종이라도 재배지역에 따라 등숙적온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북한은 남한보다 위도가 높기 때문에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벼 재배 가능 기간도 짧다. Yoon & Kim (2006)은 북한을 10°C 이상 되는 기간이 가장 길고 기온이 가장 높은 서부해안평야지부터 해발고도 600 m 이상으로 기온이 낮아 작물 재배가 제한되는 북부내륙산간지까지 9개 농업지대로 구분하였다. 최근 우리는 북한 27개 지역의 기상 분석을 통해 벼 안전재배 19지역과 한계재배 4지역을 구분하고 이들 지역의 벼 주요 생육시기와 기간을 분석하였는데,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재배기간이 남한의 중부평야지보다 짧았다(Yang et al., 2018a; Yang et al., 2018b). 이들 연구보고는 북한에서 벼를 재배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 품종의 주요 생육시기 기준온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북한 벼 품종은 남한 품종과 다르다는 전제 아래 다수확재배 적응성(Park et al., 1999), 내냉성(Jeong et al., 2000), 출수생태(Noh et al., 1997; Yang et al., 2001; Yang et al., 2004) 등의 특성 평가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남한 벼 품종의 북한 서부 평야지 적응성에 대한 모형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다(Kim et al., 2002). 이 보고들 중 북한 벼 품종의 출수생태 특성은 재배기간이 짧은 북한 지역 적응성 측면에서 생육기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그런데 출수생태 특성을 활용한 적응 품종 선정이나 품종 육성은 기존의 벼 재배 가능 기간 내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반면, 생육적온 특히 등숙적온이 낮으면 등숙기간과 출수적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재배 가능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 지역에 적용하기 위한 저온 등숙 적응성의 품종적 차이에 관한 보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벼 재배 가능 기간이 짧은 북한 지역에 등숙적온이 낮은 벼 품종의 도입 가능성 검토를 목적으로, 남한보다 고위도 지역에서 재배되는 자포니카 벼 품종의 등숙적온이 우리나라 품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시험지역 및 품종
본 연구는 2016~2017년 2년간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벼 재배시험 포장에서(수원, 37°27′N, 126°99′E, 해발 34 m) 남한, 북한,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남한 3품종과(오대, 하이아미, 삼광) 북한 3품종(온포1, 길주1, 평양21)은 2016년과 2017년 2년간, 중국 3품종은(Jijing-88, Wuyoudao, Longdao5) 2017년 1년간 검토하였다. 남한 품종에서 오대는 조생종, 하이아미는 중생종, 삼광은 중만생종이며, 북한 품종에서 온포1과 길주1은 조생종, 평양21은 중생종이다. 중국 품종은 모두 조생종으로서 북한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Jijing-88은 길림성과 요녕성 북부 및 흑룡강성, Wuyoudao는 길림성, Longdao5는 흑룡강성에서 재배되는 품종이다. 남한보다 위도가 높은 북한과 중국 동북3성에서 재배되는 이들 품종의 등숙적온을 알아보기 위하여 시험포장과 인공기상실에서 시험을 수행하였다.
포장시험
벼 등숙기간 중 기온 차이를 유도하기 위하여 2016년에는 5월 16일부터 7월 20일까지 6회 이앙하였다. 이들 이앙시기 중 품종별로 8월 10일, 8월 20일, 8월 30일, 9월 10일경에 출수한 이앙시기 4처리에서 수량 관련 특성을 조사하였다. 조생종에 속하는 오대, 온포1, 길주1의 경우 6월 15일~7월 20일 이앙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평양21은 5월 30일, 6월 15일, 7월 10일과 7월 20일 이앙에서, 하이아미는 5월 16일, 6월 15일, 7월 10일과 7월 20일 이앙에서, 삼광은 5월 16일, 6월 15일, 6월 30일, 7월 20일 이앙에서 조사하였다. 2017년에는 품종별로 2016년에 조사가 이루어진 시기에만 4회 이앙하였으며, 중국 품종인 Jijing-88, Wuyoudao, Longdao5는 남한과 북한 조생종과 같은 시기에 이앙하였다.
모는 중묘 표준 육묘방법에 따라 상자당 130 g의 종자를 파종하여 30일간 육묘하였다. 5월 30일까지 파종한 모는(6월 30일 이앙) 못자리 치상 후 보온을 위해 부직포를 피복하고 경화를 위해 이앙 7~10일 전에 제거하였으며, 6월에 파종한 모는(7월 이앙) 도장 방지를 위해 피복하지 않고 육묘하였다. 시험포장은 이앙 6일 전 관개하고 완효성 복합비료를 10a당 질소 9 kg 수준으로 시용한 후 로터리 정지하였다. 다음 날 제초제로 벤조비사이클론+티오벤카브 혼합제를 표준량 살포하였으며, 제초제의 효과 유지를 위해 담수심을 이앙 직전까지 5 cm 이상으로 깊게 유지하였다. 이앙 당일 시험포장을 배수한 후 30×14 cm 간격으로 주당 3본씩 손이앙하였다. 포장 물관리 등 기타 재배방법은 농촌진흥청 중묘 기계이앙 표준재배법에 따랐다(RDA, 2015). 시험구는 이앙시기별 단구제로 배치하고 처리당 3반복으로 조사하였다.
기상자료는 기상청 Web site에서(KMA, 2020) 수집하였고, 품종별로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을 계산하였다. 각 처리별로 출수 후 적산온도 1,100~1,200°C (Chae & Jun, 2002; Kim et al., 2005) 사이의 시기에 수확하였다. 벼의 등숙을 위한 기본온도에(Base temperature) 대하여는 여러 가지 다른 결과가 보고되었다. Ebata (1990)는 자포니카 벼 전체 등숙기간의 기본온도는 7.5°C라고 하였으나, 우리나라 자포니카 품종의 등숙 최저기온은 9~13°C라는 보고도 있다(Kim et al., 2003). 그러나 벼의 기본온도를 10°C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Gao et al., 1987; Gao et al., 1992; Rani & Maragatham, 2013; Wikipidia, 2020). 본 연구에서는 평균기온 10°C의 기본온도를 적용하여, 늦은 이앙 처리에서 출수 후 수확까지 적산온도가 1,100°C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10°C 이하로 내려가는 시기에 수확하였다. 수확기에 반복별로 20주를 채취한 후 주당 수수를 세고 평균에 해당하는 5주를 선택하여 조사하였다. 선택한 5주의 이삭을 탈립한 후 수선하여 등숙립과 비립을 구분하고, 각각을 계수하여 m2당 영화수와 등숙비율로 환산하였다. 등숙립은 자연건조 후 수분함량과 무게를 측정하고 곧바로 제현하여 현미 무게를 측정하였다. 이를 15% 수분 상태의 현미 무게로 보정하고 현백비율 상수 0.92를 곱해 m2당 백미중으로 환산하였다. 제현한 현미 중 일부를 채취하여 피해립과 동할립 등을 제외한 후 립수와 무게를 조사하여 현미천립중을 구하였다. 면적당 백미중은 분산분석을 통해 각 품종에서 처리효과를 분석하고, 최소유의차 검정법으로 처리 평균값 사이의 통계적 차이를 분석하였다.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과 m2당 백미중, 백미중과 수량구성요소의 관계는 단순 상관으로 분석하였다.
인공기상실 시험
포장시험과 동일한 품종을 이용하여 2016년과 2017년에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인공기상실에서 등숙기간 중 일 평균기온을 16, 18, 20, 22°C로 처리하였다. 하루 중 온도를 매 시간 자동조절하여 자연조건과 같이 기온이 서서히 상승하다가 하락하도록 하였으며, 일교차는 8°C로 처리하였다. 온도처리별로 일 평균기온은 처리 시점부터 수확기까지 전 기간 동안 동일하게 처리하였다. 최아된 종자를 4월 20일에 성묘포트상자에 파종하여 포장시험과 동일한 방법으로 육묘하였으며, 5월 20일에 1/5000a 와그너포트에 포트당 3주, 주당 1본 이앙하였다. 시비는 완효성 복합비료를 포트당 질소 1 g 수준에 맞추어 전량 기비로 처리하였다. 이앙한 벼는 외부수조의 자연조건에서 재배하다가 품종별로 모든 이삭의 출수가 완료된 후 1일(출수기 후 3일경)에 온도처리를 시작하였다.
각 품종에서 처리별로 5개 포트를 처리하고 그 중 생육이 균일한 3개 포트를 선별하여 조사하였으며, 각 포트를 반복으로 하였다. 각 품종과 온도 처리별로 출수 후 적산온도 약 1,200°C인 시기에 반복별로 이삭을 채취하였다. 채취한 이삭은 탈립한 후 수선하여 등숙립과 비립으로 구분하고 자연건조하였다. 건조된 등숙립의 수분함량과 무게를 측정하고 곧바로 제현하여 현미 무게를 조사하였다. 이를 15% 수분상태의 무게로 보정하고 상수 0.92를 곱해 포트당 백미중으로 환산하였다. 시험성적은 품종별로 분산분석을 통해 온도 처리간 유의성을 검정하고, 동일 품종에서 온도 처리에 의한 차이를 최소유의차 검정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포장시험
벼 재배기간 중 평균기온은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2017년보다 2016년에 높았고, 7월 상순과 중순은 2017년에 높았다(Fig. 1). 7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는 2016년에 높았고, 이후에는 비슷하였다. 전반적으로 2016년은 2017년에 비하여 출수가 시작하는 8월 상순까지는 기온이 약간 높은 정도였지만, 등숙기간에는 3차와 4차 이앙에서 출수가 늦은 품종을 제외하고는 기온이 상당히 높게 경과하였다. 일조시간은 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연도별로 뚜렷한 특징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7년은 2016년에 비해 생육 초기의 기온이 낮아 대부분의 경우 출수가 늦었으며, 삼광의 4차 이앙에서 9일까지 지연되었다(Table 1). 남한과 북한 품종은 2년 동안 이앙시기에 따른 출수기의 차이가 품종에 따라 36~40일이었고, 2017년에 공시한 중국 3품종은 27~30일이었다. 이앙시기 조절에 의한 출수기 변화에 따라 나타난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은 모든 이앙시기에서 2017년보다 2016년에 높았는데, 2016년의 1차 이앙에서 25.1~25.9°C로 가장 높았고, 2017년의 4차 이앙에서 16.5~20.7°C로 가장 낮았다. 이앙시기에 조절에 의해 유도된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의 차이는 남한과 북한 품종의 경우 7.6~8.5°C, 중국 품종의 경우 3.5~4.3°C의 범위였다.
2016년에는 대부분의 품종에서 1차 이앙보다 2~3차 이앙에서 m2당 백미중이 통계적으로 높아졌고, 4차 이앙에서는 모든 품종에서 낮아졌다(Table 2). 이러한 결과는 그간 보고된 출수 후 40일간의 등숙적온 약 22°C와(Kim, 1983; Yang et al., 2019) 비교하여 볼 때, 1차 이앙에서는 25.1~ 25.9°C로 높았고, 4차 이앙에서는 17.3~20.0°C로 낮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Table 1 참고). 하이아미와 평양21의 경우는 2차보다 3차 이앙에서 백미중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는데(Table 2), 이 두 품종은 3차 이앙에서 출수기가 9월 7일로 늦어짐에 따라 동일한 차수의 이앙에서 등숙기간 중의 기온이 다른 품종에서보다 낮았던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사료되었다(Fig. 1, Table 1 참고). 2017년에는 온포1을 제외한 남한과 북한 품종의 m2당 백미중이 1차와 2차 이앙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높았다(Table 2). 이러한 결과는 2017년 이들 품종의 1차와 2차 이앙에서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이 2016년의 2차와 3차 이앙에서와 비슷했기 때문으로 보였다(Table 1 참고). 중국 품종의 m2당 백미중은 Jijing-88과 Wuyoudao의 경우 2차와 3차 이앙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높았으며, Longdao5의 경우에는 2차 이앙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과 m2당 백미중은 모든 품종에서 2차식의 상관관계를 보였다(Fig. 2). 2016년과 2017년 성적을 모두 합하였을 때, 남한 품종의 경우 m2당 백미중 기준으로 출수 후 40일간 등숙적온은 품종에 따라 21.5~ 23.6°C로 분석되었다. 삼광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였지만 출수 후 40일간 비슷한 평균기온에서 백미중의 변이가 다른 품종보다 컸는데, 이 결과는 m2당 영화수의 연차간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그 원인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었다. 북한 품종인 온포1, 길주1, 평양21은 등숙적온이 22.6~23.0°C로 남한 품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 품종인 Jijing-88, Wuyoudao, Longdao5 또한 등숙적온이 21.5~22.3°C로 남한 품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벼의 수량은 등숙기간에 결정되는 등숙비율과 천립중 뿐 아니라 출수기에 결정되는 영화수에도 영향을 받는다(Yoshida, 1981). 이들 수량구성요소가 백미중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품종별로 최대값에 대한 지수로 표준화하여 품종의 영향을 배제하고 분석한 결과는 Fig. 3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m2당 영화수, 등숙비율, 현미천립중 모두 백미중과 유의한 정의 상관을 보였다. 그러나 백미중과 상관관계의 결정계수는 등숙비율에서 0.7062로 가장 높았고, 현미천립중에서 0.2041로 다음이었으며, m2당 영화수에서 0.171로 가장 낮았다. 이 결과는 백미중이 m2당 영화수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등숙비율과 현미천립중의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본 시험에서 이앙시기 조절에 의해 유도된 등숙기간 중의 기상환경 변화가 출수기까지의 차이보다 백미중에 더 큰 처리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포장시험에서 나타나는 자포니카 벼 품종의 등숙적온에 대하여 우리나라 품종은 출수 후 40일간 22°C 정도(Kim, 1983; Yang et al., 2019), 중국 양쯔강 유역 재배 품종은 22~27°C로 보고되었으며(Deng et al., 2015), 북한 품종은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없다. 남한 품종과 중국 양쯔강 유역 재배 품종에 대한 보고는 같은 자포니카 품종이라도 적응지역에 따라 등숙적온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출수 후 기온이 저하되는 자연조건에서 검토하였을 때, 남한보다 위도가 높은 북한 지역과 중국의 동북3성에서 재배되는 벼 품종의 등숙적온이 특별히 남한 품종보다 낮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우리나라 자연조건에서 나타나는 자포니카 벼 품종의 출수 후 40일간 기준 포장 등숙적온은 21~23°C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Table 1의 2017년 1차 이앙에서 출수기는 남한 조생종인 오대 대비 북한 품종인 길주1이 7일, 중국 동북3성 품종이 8~12일 빨랐다. 그러므로 고위도 지역에 적응하는 벼 품종의 특성은 낮은 등숙적온이 아니고 짧은 생육기간으로 판단된다.
인공기상실 시험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에서 벼의 등숙은 기온이 점차 낮아지는 조건에서 이루어지므로 등숙후기에 기온이 일정 수준보다 낮아지면 충분한 등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 연구의 포장시험에서도 특히 4차 이앙에서는 출수 후 40일간 기온이 낮을 뿐 아니라 출수기부터 수확기까지 적산온도가 1,100°C보다 적어 적정 적산온도 1,100~1,200°C에(Chae & Jun, 2002; Kim et al., 2005) 부족하였다. 포장시험에서 출수 후 40일간 등숙적온이 21.5~23.6°C로 나타난 원인이 자연조건에서 등숙후기에 기온이 낮아지는데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인공기상실에서 전체 등숙기간 중 일정한 온도로 처리하여 추가 시험을 수행하였다. 결과적으로 포트당 백미중은 삼광과 평양21을 제외한 7품종에서 등숙기간 중 평균기온 16~22°C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Fig. 4). 처리온도간 통계적 차이를 보였던 삼광과 평양21도 포장시험에서 나타난 출수 후 40일간 등숙적온보다(Fig. 2 참고) 낮은 20°C와 18°C까지 백미중이 감소하지 않았다.
포장과 인공기상실 시험 비교 및 포장 등숙적온 출현의 원인 분석
자연 조건의 포장시험에서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은 일정한 수준에 맞추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실내시험에서 처리한 동일한 온도에서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포장시험에서 품종별로 나타난 상관관계 식을 적용하여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 16, 18, 20, 22°C에서 m2당 백미중의 지수를 구하고, 인공기상실에서 조사한 포트당 백미중의 지수와 비교하였다. 포장시험에서는 원산지에 관계없이 모든 품종이 22°C보다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백미중지수가 감소하는 반면, 실내시험에서는 16°C까지 기온이 낮아져도 백미중지수가 감소하지 않거나 감소 정도가 포장시험에서보다 매우 적었다(Fig. 5).
인공기상실 시험에서 나타난 이러한 결과는 실내시험에서 벼의 개화 수정 후 평균기온 22°C보다 12°C에서 등숙기간이 늘기는 했지만 최종 정조중은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나(Ahmed et al., 2008) 등숙기간 중 평균기온 16°C보다 28°C에서 수량이 감소한다는 이전의 연구결과와(Yoshida & Hara, 1977) 유사하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는 수확기까지 평균기온이 16°C까지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출수 후 40일간 16~22°C 범위의 평균기온이 백미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포니카 벼의 잠재 등숙성은 평균기온 16°C에서도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위의 분석을 포장조건에 적용하면, 자연조건에서 관찰되는 벼의 등숙적온은 일정기간 후 기온이 한계점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의 포장시험에서 품종별로 출수 후 40일부터 수확기까지 등숙후기 기온 변화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1차 이앙에서는 수확기에 평균기온이 16°C보다 높았는데(Fig. 6) 백미중은 최대값보다 낮았다(Table 2 평균성적 참고). 2차 이앙의 경우에는 동일한 기간 중 최저 일 평균기온이 Jijing-88을 제외한 모든 품종에서 10~16°C 사이였으며(Fig. 6), 백미중은 모든 품종에서 가장 높았다(Table 2 참고).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잠재 등숙성이 유지되는 한계온도는 10~16°C 사이로 판단된다. 4차 이앙에서는 모든 품종에서 수확기 전에 평균기온이 10°C 미만으로 낮아졌으며(Fig. 6), 백미중도 가장 낮았다. 특히 평양21은 평균기온이 10°C 미만으로 떨어진 시기가 출수 후 40일 이전으로 다른 품종보다 빨랐는데(Fig. 6), 2차 이앙 대비 백미중의 감소 정도도 가장 컸다(Table 2 참고). 이 결과는 잠재 등숙성이 유지되는 온도가 10°C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위의 등숙 한계온도가 10~16°C 사이에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위의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보다 고위도 저온 지역에 적응하는 벼의 특성은 낮은 등숙적온이 아니라 짧은 생육기간이며, 자연조건에서 나타나는 벼의 등숙적온은 온대기후 특성상 등숙후기에 기온이 저하되는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벼의 등숙 진전이 유지되는 기온은 10~16°C 사이로 해석되었는데, 정확한 온도를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다.
적 요
우리나라보다 고위도 저온 지역인 북한과 중국 동북3성에서 재배되는 자포니카 벼 품종의 등숙적온이 더 낮은지를 밝히기 위하여,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수원) 벼 재배시험 포장과 인공기상실에서 등숙기간 중 기온을 조절하여 2년간 시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포장시험에서 백미중 향상을 위한 출수 후 40일간 등숙적온은 북한 품종에서 22.6~23.0°C, 중국 동북3성 품종에서 21.5~22.3°C로, 남한 품종의 21.5~23.6°C에 비해 낮지 않았다.
2. 2017년 1차 이앙에서 북한 품종 중 길주1과 중국 재배 품종은 남한의 오대 대비 출수기가 7~12일 빨랐다.
3. 인공기상실에서 개화 수정 후 수확기까지 동일한 온도 조건으로 평균기온을 16~22°C로 처리하여 검토한 결과, 남한 품종 중 삼광과 북한 품종 중 평양21을 제외한 7품종에서 백미중은 처리간 유의한 차이가 없어 평균기온 16°C까지 잠재 등숙성이 유지되었다.
4. 포장시험에서 품종별 상관식에 출수 후 40일간 평균기온 16, 18, 20, 22°C를 대입하여 분석한 백미중 지수는 인공기상실 시험과 다르게 22°C보다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5. 대부분의 품종에서 수확기경에 평균기온 10~16°C 사이가 유지된 조건에서 백미중이 가장 높았고, 16°C보다 높거나 10°C보다 낮아지는 조건에서는 수량이 저하되었다.
6. 종합적으로 우리나라보다 고위도 저온지역에서 적응하는 벼 품종의 특성은 낮은 등숙적온이 아니라 짧은 생육기간이며, 포장 조건에서 나타나는 벼의 등숙적온은 온대기후 특성상 등숙후기에 기온이 저하되는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